힘을 내기 위한 2월 중후반의 독서 리스트
수잔 콜린스,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 이원열 옮김, 북폴리오(2020)
<헝거게임> 시리즈의 프리퀄입니다. 독재자 스노우 대통령의 젊은 시절 이야기. 10회차를 맞은 헝거 게임은 영 사람들에게 인기가 없는데요, 게임 운영자인 골 박사는 이 게임을 오래 지속하기 위하여 헝거게임 조공인들과 아카데미 학생들을 멘티와 멘토 관계로 짝지어주자는 아이디어를 냅니다. 코리올라누스 스노우는 12구역에서 온 떠돌이 가수 루시 그레이를 담당합니다. 전쟁으로 몰락한 집안에서 내세울 게 자존심밖에 없는 스노우와 가진 건 목숨과 음악밖에 없는 루시 그레이는 예상 외로 닮은 부분이 많아 결국 사랑에 빠지고 마는데, 루시 그레이는 헝거 게임에 출전해야 하는 운명을 바꿀 순 없습니다.
브라이언 딜런, 『에세이즘』, 김정아 옮김, 카라칼(2023)
작업을 재개하는 데 큰 도움이 된 책. 에세이에 매력을 느끼면서도 에세이의 소소한 성질 때문에 좋아한다고 말하기 부끄러웠는데요, 이 책의 언어를 빌어 비로소 에세이의 매력을 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외로운 날의 사물들>을 수정하면서도 책의 내용을 자주 되살립니다. 꼭 읽어보세요. 좋았던 구절도 인용합니다.
| 모든 글에는, 그게 무슨 글이든, 일관성이 있기 마련이다. 미숙한 글이나 못 쓴 글은 특히나 끔찍할 정도로 일관적이다. 그러나 에세이에서의 실력은 다중화하는 것, 무한히 파멸시키는 것, 상충하는 힘을 교차시켜 상충하는 구심점을 끝없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니노미야 토모코, 『주먹밥 통신 1~3』, 대원씨아이(2014~2018)
노다메 칸타빌레의 작가가 두 아들을 키우며 연재한 만화입니다. 매일 마감에 시달리며 무리한 마감을 받아들인 자기 자신을 저주하는 부분에 깊이 공감.
브라이언 딜런, 『에세이즘』, 김정아 옮김, 카라칼(2023)
드라마로 보았는데 만화도 평이 좋아서 현재까지 발매된 전권을 구매했습니다. 드라마는 만화의 인물들과 사건을 충실하게 재현했더군요. 드라마 분량 이후의 내용도 현실적이고 흥미롭습니다. 특히 4권에서 아이돌 가수의 수영복 사진을 보정하는 에피소드. 어렸을 때 육상을 해서 근육이 탄탄하게 잡힌 아이돌의 몸매를 기획사에서는 ‘말랑말랑’하게 보정해달라며 요청서를 넣는데요, 현업에서도 정말 그런 식으로 요청이 들어온답니다. ‘원본도 예쁜데 굳이 이렇게까지…?’라는 수준으로 사람 얼굴 구석구석에 화살표를 그려 넣어서요!
닐 셔스터먼, 『수확자』, 『선더헤드』, 『종소리』, 이수현 옮김, 열린책들(2023)
그냥 재미있는 책이 읽고 싶어서 시작한 세 권짜리 시리즈. 마지막 권인 <종소리>는 전자책 단말에서 900페이지가 넘는다고 표시된데다, 실제로 읽는 데만도 네 시간이 넘게 걸렸습니다. 이래저래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어떻게 전개될까 궁금증을 끊임없이 자극하기 때문에 빠르게 달릴 수 있었습니다. 인공지능이 고도로 발달해 환경과 인류를 절묘하게 보존해주고, 인류는 죽어도 재생할 수 있게 된 세계. 그러나 아무리 인공지능이 인류를 관리하더라도 인구를 무작정 증가하게 내버려 둘 수는 없습니다. 이에 인류는 죽음만을 맡는 ‘수확자’를 고안해 내어, 일정 비율의 인구에게 ‘영원한 죽음’을 선고하게 한다는 설정에서 펼쳐지는 SF입니다.
옥타비아 버틀러, 『블러드차일드』, 이수현 옮김, 비채(2016)
지난 편지에 같은 작가의 『킨』을 소개했던 거 기억 나시죠. 이번에는 단편소설과 에세이 모음집. 작가가 글마다 후기를 적어주어서 어떤 착상에서 소설이 시작되었는지 생생하게 알 수 있어요. 작가는 본인이 장편 작가라고 말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편으로밖에 가져갈 수 없는 착상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런 걸 보면 모든 이야기도 유전에 의한 부분(?)과 환경에 의한 부분이 있어서, 타고난 잠재력과 작가의 노력 둘 다 필요한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