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
인스타그램 앱을 지웠어요, 핸드폰에서요.
사진을 찾을 일이 있어 핸드폰을 집어들면 그대로 30분에서 한 시간 가량 지나가는 참사가 잦아져서 핸드폰 사용을 줄이기로 했습니다. 처음엔 핸드폰을 끈 다음에 다른 방에 옮겨두는 방법을 썼어요. 눈에 안 보이고 손에 안 잡히니 갑자기 구렁으로 떨어지는 일은 막을 수 있었죠. 그치만 24시간, 48시간 핸드폰을 안 써봤던 때와 똑같이, 그 시간이 지나 핸드폰을 손에 들면 달콤하게 중독되는 기분이 강렬해지는 건 어쩔 수 없더라고요.
회사에서 일할 때에도, 평상시에도 아무 생각 없이 넘겨 보는 게 뭐였더라… 생각한 끝에 먼저 스레드를 지웠습니다. 스레드는 인스타그램에서 작년에 런칭한 텍스트 기반 소셜 앱이에요. 트위터(지금은 X지만 이름이 입에 안 붙어요)처럼 쓰이기를 기대한 것 같던데, 제가 보기엔 ‘네이트 판’ 같은 가십과 자극적인 화두가 주류를 이룹니다. 스크롤을 내리면 저와 아예 관련이 없는 사람들의 글타래가 쭉 보여요. 근데 그게 진짜 자극적이에요. 퍼스널 브랜딩 해라 말아라, 서울일러스트레이션 페스티벌 운영이 어쨌다 저쨌다, 저희 시댁이 어쩌고 저쩌고…
인스타그램은 친구의 친구의 친구, 하는 식으로 추천해줘서 몰랐는데 스레드는 새로 시작하는 판이다 보니까 몇 번의 업데이트를 거쳐 자극적인 게시물을 먼저 보여주기로 했나봐요. 회사에서도 무심코 스레드 글을 읽고 있어서 과감히 지웠습니다.
그런데 인스타그램을 쭉 내리다 보면 중간에 스레드에서 흥하는 글을 보여주는 기능이 있는 거에요. 심지어 전문을 보여주지 않고 ‘… 더보기’로 마무리되어서 너무너무너무 클릭하고 싶어지는 거있죠. 그래서 인스타그램까지 지웠습니다.
두 앱을 지우고 나니까 핸드폰이 재미가 없더라고요. 둘 다 새로고침을 하면 새 콘텐츠가 대량으로 쏟아진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유튜브도 그렇지만, 전 영상은 비교적 안 좋아하고 음악 듣는 용도로만 사용해서 딱히 볼 게 없더군요. 습관적으로 핸드폰 잠금을 해제하고 나서 이메일 앱을 들어가서 광고메일을 상세히 읽거나(핀에어에서 프리미엄 이코노미 운행을 시작했대요), 알라딘 웹사이트에 들어가서 새 책 광고를 보거나 했습니다만 역시 재미가 없어요. 그리하여 하루에 6시간-8시간까지 올라가던 스크린 타임이 3시간대로 급격히 줄어들었다는 소식.
인스타그램은 그리하여 가끔 PC로 들어가서 봅니다. 안 보다 보니까 더 재미있고 그래요.
버찌
버찌는 잘 지냅니다. 올해 대략 6살이 되어요. 엄마는 벌써부터, ‘버찌 가고 나면 다른 개 기르지 말자’라고 하세요. 사실 버찌가 버찌니까 같이 살게 된 것이고, 제가 딱히 의지로 선택한 건 아니거든요. 버찌 가고 난 다음엔 또 운명의 길이 이끄는대로 살게 되겠죠. 그래도 엄마랑 같은 생각을 하고 있던 건 맞아서, 고개만 주억거렸습니다.
버찌 6세, 아직 팔팔한 나이입니다. 살짝 단단하게 언 눈에 몸을 비비는 걸 좋아하고, 바닥에 있는 닭뼈를 여즉 찾아다녀요. 카페에 가서 강아지 간식을 얻어먹는 걸 좋아하고, 빵도 좋아하고요. 요즘은 제 방 침대에 올라와서 같이 자는 것에 맛들렸는지(한참 혼자 자거나 안방에서 엄마 아빠랑 잤어요) 제가 안 자고 거실에서 노닥거리면 슬쩍 제게 찾아와 눈을 치켜뜹니다.
‘빵떡’이라는 별명과 ‘김태희’라는 별명도 생겼어요. ‘빵떡’은 제가 지어준 건데 빵과 떡에 너무 환장해서 그래요. 산책 하다가 빵 사러 갈까? 하면 함께 자주 방문한 가장 가까운 빵집에 자동으로 이끌어줍니다. 그야말로 내비’개’이션. 신기하게도 ‘빵’이라는 단독 음절에는 반응하는데 ‘빵떡’이라고 부르면 반응 안 해요. 집에서 실컷 놀려먹었더니 또 눈을 치켜뜨더군요.
‘김태희’라는 별명은 아빠와 버찌가 산책할 때 길에서 만난 분이, ‘버찌야 너는 강아지계의 김태희야.’라고 말해서 붙여진 것이에요. 강아지계의 김태희는 오늘도 더러운 눈에서 뒹굴며 입을 살짝 벌려 눈을 퍼먹었는데, 이런 사실을 알아도 이 별명을 붙여주신 분이 좋아하실지… (참고로 말로 혼을 내도 자꾸 눈을 퍼먹으면 허리를 숙여서 궁둥이를 툭툭 쳐줘야 겨우 일어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