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정리하는 계절
올해 뭘 했는가 돌아보니 봄까지 버찌와 뚠따따 연재를 하고, 여름엔 만화 단편(18페이지 짜리)를 하나 그리고, 가을엔 만스공 원고를 작업했네요. 만스공(만화 스스로 공부하기)은 총 6개의 장으로 되어 있어서 한 장씩 뜯어서(?) 쓰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올해 챕터 6에 도달했고요. 막히는 부분이 있어 어쩔까 고민하다가 지금까지 써둔 원고를 모아 한 파일로 만들었습니다. 많이 쳐내고 고쳐야 하지만 러프한 초안은 총 14만자, A4 용지 100페이지에 달하더라고요. 내용의 질은 차치하고서라도 양을 보니 뭐라도 한 것 같아 마음이 놓였습니다.
처음부터 원고를 읽으면서 고치고 덧붙이고 있어요. 초반에 써놓은 분량은 가관이더라고요. 이렇게 퇴고를 거듭하면 이 원고도 어딘가 혼자 내세울 수 있는 모양으로 다듬어지겠죠. 올해 연말까지는 책 작업에 집중해나가려고 합니다.
작업이 장기화되면 생기는 현상이 있어요. 작업을 시작할 때와 마무리할 때의 제가 달라져서, 앞부분을 뜯어 고쳐야 되는 것이지요. 책을 쓰면서도 만화는 공부해나갔기 때문에, 초반 파트에 더할 내용이 많더라고요. 어쨌든 조금씩 나아지고 있구나, 라는 실감을 하며 안심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비해 제가 조금 더 나아지게 되었다면, 이 책의 덕이 큽니다.
조지 손더스, 작가는 어떻게 읽는가, 정역목 역, 어크로스, 2023
조지 손더스는 ‘바르도의 링컨’을 쓴 소설가에요. 대학에서 젊은 작가들을 대상으로 소규모 워크샵 수업을 20년 이상 진행했다고 합니다. 그 워크샵을 책으로 엮은 것이 이것이죠. 소설이든 에세이든 시나리오든, 이야기를 짓는 것에 관심이 없을 수 없는 저는 창작 관련 책을 열심히 읽어왔는데요, 이 책은 ‘만화의 이해’보다 먼저 읽기를 권하고 싶을 정도로 좋았습니다. 왜 더 빨리 읽지 않았는가 후회되더라고요. 10년 전에 이 책이 나왔더라면 정말 좋았을텐데!
이 책을 읽고 - '작가는 어떻게 읽는가'는 소설 창작론, 특히 단편 소설 창작에 관한 것이니 에세이를 쓰려는 분들은 ’에세이즘‘도 읽어주시고요 - 그 다음 '만화의 이해'를 읽고, '만화 스토리 창작의 모든 것'을 읽고, '마음을 사로잡는 만화 컷 분할 교실'까지 읽으면 창작과 만화의 기본은 잡고 가실 수 있지 않을까, 나름의 커리큘럼을 그려봅니다.
곁다리: 가을은 버찌의 계절
주말마다 나들이를 요청 중인 버찌. 지난 주말에는 버찌를 알아봐주시는 분이 두 분이나 계셔서 깜짝 놀라고 감사했습니다. 주말 나들이 중의 저는 대체로 거지꼴이라서, 진지하게 주말에도 머리도 좀 감고 옷도 사람처럼 입고 다녀야 하나 고민을 했습니다만… 다들 버찌만 기억하시는 것 같아 다행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