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입니다. 하와이안 셔츠의 계절이에요. 찰랑찰랑하고 낙낙한 하와이안 셔츠는 여름 교복으로 아끼는 아이템입니다. 빈티지 옷 가게에서 산 하와이안 셔츠를 네 벌 갖고 있어요. 검정, 파랑, 노랑, 하양의 옷들은 섬유 혼용률도 핏도 제각각입니다만, 화려한 색감과 무늬만으로 여름 기분을 내기에 제격입니다. 면바지를 입었음에도 가볍게 느껴지지 않아 완연한 여름이라는 감각입니다.
5월에는 편지를 쉬었죠. 이것저것 시작했는데 보고드릴만큼의 진전이 있지 않았어요. 즐거운 근황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요. 이제는 벌써 6월 말, 이야깃거리가 생겨서 편지를 보내 봅니다. |
|
|
배우고
오키로북스에서 각종 경제 워크샵을 들었습니다. 책을 같이 읽으며 공부하는 워크샵을 지난 4월부터 두 회차 듣고, 주식 공부 워크샵, 부동산 공부 워크샵까지요. 아침 작업하는 시간이 줄어들었지만 한 번 눈을 떴을 때 집중적으로 파줘야 한다는 생각에 4월, 5월, 6월 세 달을 집중 경제 공부 시기로 삼았습니다. 내친김에 경제 주간지도 일 년치 신청했고요. 부동산과 주식 관련 책도 읽고 있어요. 다만 워낙 인풋이 많아지다 보니 출퇴근 시간에 책까지 읽는 건 지쳐서, 아주 느리게 읽는 중입니다.
갑작스럽지만 제가 올해 서른 다섯인데요, 왜 지금까지 경제 공부를 안 했는지 모르겠어요. 아니, 사실은 알아요. 부자가 될 가능성도 없고 한 달 벌어 한 달 사는 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그러나 회사를 십 년 다니고 회사 밖에서도 돈 벌려고 고군분투 해보니 한 달 벌어 한 달 사는 것만으론 절대 충분하지 않겠더군요. 이 회사도 언제까지 절 다니게 해줄지 모르겠고요.
게다가 경제도 공부가 필요하다는 걸 알지 못했어요. 어른이 되면 당연히 눈이 트이는 줄 알았다니까요. 하지만 30대 중반이 된 지금도 금융 까막눈이라는 점을 겸허히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6월 말이 되니 지속되는 인풋에 지쳐 더 이상 정보가 들어가지 않는 상태라 7월부터 워크샵은 좀 쉬기로 했습니다만 올해는 지속적으로 금융 까막눈 탈출을 위한 노력을 계속할 예정이에요. 원래 뉴닉newneek 뉴스레터만 받아보았는데 다른 레터도 좀 더 구독했답니다. |
|
|
만화 학원에서 인체 배우기. 맨 첫날 그린 그림이에요. |
|
|
만화 학원도 꾸준히 다니는 중입니다. 5월은 주말 시간이 여의치 않아 격주로 달에 두 번만 나갔어요. 6월은 네 번 수업을 다 들었고요. 인체와 투시만 해달라고 요청하니 커리큘럼 중에서 얼굴은 생략하고 인체부터 시작해주셨지요.
친절하고 다정한 선생님이 그림 자료를 뽑아주고, 이론을 설명해준 다음 제가 모작한 걸 보고 피드백을 줍니다. 지난 여섯 번의 수업 동안 인체의 비율, 인체를 도형화하는 방법, 다양한 각도에서 본 인체, 사진 보고 따라 그리기, 근육의 위치의 부피감을 배웠어요. 5분 설명 듣고, 한 시간 그리고, 다시 10분 피드백 받는 느낌이지만 어디에서 이렇게 세 시간 진득하게 앉아 집중해서 그리겠어요.
원장 선생님과 상담했을 때는 3개월 정도면 기본기를 익힐 수 있다고 들었지만, 지금까지 수업을 들어본 입장에서는 최소 6개월은 다녀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하지만 이론과 기초를 익히는 게 즐거워서(!) 토요일 오후를 만화 학원에 바치는 게 전혀 아깝지 않아요. 내 돈으로 학원비 낼 수 있는 어른, 최고입니다. |
|
|
6월 수업에 가서 그린 그림. 사진 보고 따라 그렸어요. |
|
|
뛰고
오키로북스 러닝클럽에도 들었습니다. 온라인 러닝클럽이라 효과가 있을지 미심쩍었지만 다년간 운영된 클럽의 힘, 온라인으로도 느껴지는 사람의 힘은 무시하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5월 한 달 동안 열 여덟 번 나갔고 누적 27km를 뛰었습니다. 첫 날은 1km도 연속으로 뛰지 못해 걷다 뛰다를 반복했어요. 열 여덟 번째 나갔을 때는 2.19km를 쉬지 않고 뛰게 되었습니다.
6월을 마무리하는 지금은 목표치인 30km를 넘어 누적 33km를 달렸구요, 최대로 오래 달린 기록은 4.2km랍니다.
빨리 달리는 건 아니에요. 빨리 걷는 동네 주민에게 추월당할 정도로 뜁니다. 하지만 계속 뜁니다. 느리고 끈질기게요. 계속 달리다 보면 장거리 달리기를 통해 거대한 동물을 사냥했던 과거의 인류가 떠오릅니다. 이렇게 뛰고 뛰고 또 뛰어서 상대방이 지칠 때까지 기다렸던 거에요.
오래 뛰는 동물인 인간. 그 움직임을 몸에 새기다 보면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태도같은 게 되살아나는 기분입니다. 이를테면 목표 지점을 넘기 위해서는 더 천천히 뛰어야 한다든지, 다른 사람의 속도에 흔들리면 안 된다든지, 고통 그 자체보다 고통에 대한 두려움이 달리기를 멈추게 만든다는 가르침 같은 것들 말이죠. 몸이 위아래로, 앞뒤로 흔들리면서 코어는 자신의 범위를 다시금 자각하는 느낌이고요.
퍼스널 트레이닝을 2년째 받아오고 있습니다. 거기다 러닝까지 더해지니 밸런스가 잡히는 느낌이에요. 헬스장에서 유산소 운동하는 건 정말 재미가 없거든요. 하지만 이제 실내에서 달리는 날에도 몇 km 뛰자!는 목표가 있어서 재밌습니다.
러닝클럽은 5월에는 한 달 짜리로 신청했다가 6월부터는 6, 7, 8월 이렇게 3개월분으로 신청했어요. 9월을 맞이하는 저는 어떤 상태일지 벌써 궁금합니다. |
|
|
6월 초에 처음으로 3km 달리고 기뻐서 기록. |
|
|
쉬고
그리고 몸이 안 좋거나 힘든 날에는 적극적으로 쉰답니다. 요즘 소화도 잘 안 되고 은은하게 몸이 무거운 상태인데요, 무언가의 적신호로 해석하고 도무지 에너지가 없을 땐 뛰지도 않고 작업도 안 한답니다. 충분히 쉴 수 있는 여유를 허용해주는 제 자신의 성장이 갸륵하네요. 불안하지 않은 건 아닙니다만 - 아무 것도 못 하면 기분도 나빠지고요 - 원래의 사이클에 좋은 상태로 복귀할 수 있도록 기다리는 연습을 하고 있어요.
이렇게 배우고, 뛰고, 쉬면서 두 달이 다 갔습니다.
5km를 쉬지 않고 달리는 날이, 경제 주간지를 막힘없이 술술 읽고 저만의 관점으로 상황을 분석할 수 있는 날이, 어떤 앵글을 줘도 인체와 배경을 막힘없이 그려내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목표가 있고 하고 싶은 것이 있고 가끔 쉬어줄 줄도 아는, 올해의 여름이 저는 마음에 듭니다.
|
|
|
특히 듣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아래의 링크로 조용히 귀띔해주세요.
편지 쓰기 전에 읽어보고 소식에 반영할게요.
|
|
|
|